무알콜 맥주도 사는데 신분증 검사를 해야 하나요?

 

※ 3번째 '미성년자 보호를 위한 국내 법적 근거' 항목에 오류가 있어 별도로 정정 포스팅을 발행했으니 참고 부탁드립니다.

[정정합니다] 무알콜 맥주도 사는데 신분증 검사를 해야 하나요?

 

 

며칠 전에 뱅쇼에 대한 글을 썼었는데요, 관련 자료들을 검색하다 흥미로운 글을 하나 발견했어요. 제목처럼 '무알콜 맥주도 사는데 신분증 검사를 해야 하나요?'라는 N사 지식인에 올라와 있는 질문글이었는데요. 뱅쇼의 주재료인 와인이 주류이다 보니 어쩌다 검색에 함께 걸렸던 것 같아요. 문득 답변이 궁금해져서 찾아보았는데요. 그 답변이 꽤 흥미로워 가볍게 포스팅해보려 했다가 사뭇 진지해지고 말았습니다 🥲

 

 

 

Q. 무알콜 맥주도 사는데 신분증 검사를 해야 하나요?

 

이 질문에 답변부터 먼저 드리자면,

 

A. 네. 해야 합니다.

 

그럼 생각이 또 꼬리를 뭅니다.

 

Q. 알코올도 없는데 어린이나 청소년도 마실 수 있는 거 아닌가요?

A. 신분증 검사를 하는 이유는 의외로 무알콜 맥주가 '주류(술)'여서가 아닙니다.

 

의아하시겠지만 신분증 검사의 이유는 다른 법령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유를 알고보면 무알콜 맥주에 대한 이슈는 복잡한 이해관계의 경계선상에 있는 문제라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가볍게 접근한 소재였는데 법령까지 뒤져보게 될 줄은 몰랐지만 우리의 일상과 밀접한 이슈이기도 해서 아래에 차근차근 이유를 설명해 보겠습니다.

 

 

무알콜(Non-Alcohol)? 비알콜(Alcohol-Free)? 무슨 차이일까?

 

갑자기 비알콜은 또 왜 나와? 하시겠지만, 결론에 도달하기 전에 이 차이를 이해하고 넘어가야할 필요가 있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이 둘은 모두 '맥주'가 아니라, '맥주맛 탄산음료'입니다.

 

관련글들을 검색하다보니 '인터넷에서는 아동·청소년(이하 미성년자)도 구입할 수 있던데요?'라는 글을 보았는데, 이분의 경우 본인은 기억하지 못하는 1년 이내의 언젠가 분명 성인 인증을 하셨을 겁니다. 제가 확인을 하려고 C사 플랫폼에서 구매 링크를 열었더니 성인인증 안내가 뜨더라구요. 성인인증을 하면 주류로 규정되는 소주, 일반 맥주 등과는 달리 온라인상에서도 구입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 글의 제목과 같은 해프닝이 계속 발생하는 걸 텐데요, 이들은 '성인용 음료'로 분류되기 때문에 '주류는 아니지만' 미성년자는 구입할 수 없습니다.

 

서두가 길어지니 이쯤에서 위의 두 음료의 차이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두 음료를 나누는 기준은 '알코올 성분의 유무' 여부입니다.

국내 주세법상 알코올 함량이 1% 미만인 음료를 말하며, 비알콜 제품으로 분류됩니다.

 

• 무알콜 (Non-Alcohol) : 알코올 성분이 전혀 들어있지 않은 제품을 말합니다.
• 비알콜 (Alcohol-Free) : 미량이지만 알코올 성분을 포함하고 있는 제품을 말합니다.

 

무알콜과 비알콜 차이점 비교

구분	무알콜 맥주	비알콜 맥주
알코올 함유	없음	1% 미만 함유
표기	0.00	0.0
제조법	탄산음료 + 맥주향/비발효법	맥주제조 + 알코올 제거/발효법
비슷한 표현	알코올프리, 알코올제로	논알콜릭

 

회사마다 '알코올 프리, 알코올 제로, 논알콜릭, 알코올 무첨가 등' 표현 방식은 다양하지만, 이 이름들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표시 기준에 따라 법령을 위반하지 않는 범위에서 전략적 마케팅에 의해 지어진 이름이기도 합니다. 주류회사는 어쨌든 제품을 많이 팔아야 하니까요. 하지만 표시 기준이 모호해 소비자들에게 알코올이 없는 제품으로 인식에 혼동을 주어 신분증 검사 이슈가 등장하게 된 것이죠.

 

여기까지만 보면 비알콜 맥주는 확실히 구매할 수 없는 것이 맞지만, 그래도 무알콜 맥주는 왜 '성인용 음료'로 분류되는 건지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이에 대한 이유는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다른 법령의 기준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다음 항목에서 설명하겠습니다.

 

 

미성년자 보호를 위한 국내 법적 근거

 

어린이 식생활안전관리 특별법 - 제 9조. 정서저해 식품 등의 판매금지

 

무알콜 음료의 실질적인 판매 금지는 위의 법령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위 타이틀에 표기된 '어린이'의 정의는 아래와 같습니다. 그럼 '청소년은 저기에 포함 안 되는 거 아냐?' 하실 수도 있지만 아래 제 2조에서 '어린이'의 범위를 정의하고 있습니다.

 

'제 2조 1.' 에 의하면 '어린이'의 범위는 '학교의 학생 또는 아동복지법에 따른 아동에 해당하는 자'라고 되어 있는데요, '제 2조 3.' 을 보시면 '학교'의 범위를 '초·중등교육법에 따른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및 특수학교'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이 법률의 대상 범위는 '아동·청소년(이하 미성년자)' 모두에 해당하는 법률이라는 것이죠. (진짜 이나라 법률은 쉽게 해석 개정을 해야 한다. 욕 나올 뻔... 😑)

 

그럼 제 9조로 가 보겠습니다.

 

제 9조 1. 에 '술병의 형태로 만든 식품' 이라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이 항목에 근거해 무알콜 맥주는 '미성년자에게 판매를 할 수 없는 성인용 음료'가 된 것입니다.

 

음료의 성분이 문제가 아니라 디자인(도안)의 문제였던 것입니다. 😱😱😱😱😱

돈 · 화투 · 술 · 담배 등을 비롯해 인체의 특정 모양, 게임기 등 가장 비중이 큰 3가지를 제1호 ~ 제3호 규정하고, 이 외 이에 해당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정하는 식품으로 분류되는 경우 미성년자 보호 법령의 적용을 받아 판매가 금지되는 것이죠.

 

이와 관련한 예로, 오래전에 국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었던 '담배 초콜릿' 이라는 것이 있었답니다. 얼마 전에는 '아기모양 초콜릿' 이라는 것도 등장해 뉴스의 헤드라인에 오르내리기도 했었죠. (사진은 비위상 생략할게요.)

 

미성년자 보호에 관련된 법령이 꽤 강력하게 적용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만, 현실은 빈틈이 너무 많아 안타깝기도 하네요.

 

※ 위의 법률의 내용들은 국회법률정보시스템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가벼운 상식처럼 접근한 주제였는데 이 글에서 정리한 내용들을 조사하면서 조금 진지해져 버렸습니다. 결론은 '무알콜 맥주는 술병 모양이기 때문에 팔 수 없다'는 게 진짜 이유였는데, 조금이라도 더 매출을 올리려는 국내 주류회사들의 피 터지는 상술 때문에 이 '진짜 이유'는 가려지고 술맛 나는 음료가 궁금했던 미성년자들은 의아해할 수밖에 없는 웃픈 이슈였습니다 🥲

 

신분증 검사는 그들을 위해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꼭 필요한 절차입니다.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은 심리가 강해지고, 세상은 점점 디스토피아화 되어 간다지만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 지금의 시대에 출산율만큼이나 중요하게 신경을 써야 할 문제는 미성년자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어른들이 제대로 된 환경을 조성해 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인간의 생애주기가 길어졌다고는 하지만 인간은 언젠가 세상을 다음세대에 양도해야만 합니다. 돈을 벌고 잘 사는 것도 굉장히 중요한 문제지만, 최소한 지켜야 할 것은 지키며 사는 세상이 되길 바라 봅니다.

 

맺음말이 길어져 버렸는데요, 이런 '알고 보면 쓸모 있을지도 모르는 주변의 잡학'들을 종종 들고 와 쉽게 알려드릴 수 있도록 노력해 보겠습니다. 그럼 다음 글에서 뵙겠습니다 😁

 

 

▼ 본문의 근거가 된 글 - 뱅쇼에 흥미 있으시다면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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